범여권만 새판짜나 한나라당도 휩쓸리나
여당 2·14전당대회가 변곡점 … 무시못할 한나라 균열 요소
정해년(丁亥年) 새해 정치권의 관심을 끌 첫 키워드는 ‘정계개편’이다. 정당지지율과 차기후보 경쟁력이 월등한 한나라당과 확실한 ‘대항마’ 없이 사분오열된 범여권으로 짜여진 현재의 지형은 이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범여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신당’이 생겨날 것이란 예측은 상식이 됐다. 이 과정에서 크든 작든 또 한차례의 분열을 거칠지, 반한나라 진영이 한번에 모이는 ‘대통합’이 될지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범여권 정계개편의 위력과 폭발력이 한나라당의 균열을 끌어낼지도 관심사다.
◆노무현 변수에 영향받을 여당발 정계개편 = 하지만 범여권 정계개편의 1차 변곡점은 2월14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다. ‘대통합’이란 방향이 던져졌지만, 내부 견해차가 엄존한다. ‘노무현 정신’ 계승에 비중을 둔 친노그룹, 고 건 지향성이 짙은 중도보수그룹, 좌우 양극단 배제로 중도개혁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김근태 정동영, 김-정 두사람의 통합주도권 행사에 부정적인 중간그룹 등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상황에 따라 원심력을 키울 요소다.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국민신당을 추진할테니 간섭하지 말아 달라’는 김근태-정동영 합의를 노 대통령이 받아들이느냐 반격하느냐에 따라 범여권의 변화는 양상이 달라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은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따라 여당 전체가 함께 움직일 수도 있고, 두개나 세개 그룹으로 분화를 겪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통합신당파와 친노중심 재창당파가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합의추대와 대통합 추진 전권 부여에 합의하면 여당은 시민사회 등 외부세력 영입을 토대로 민주당, 고 건 진영과 새판짜기 힘겨루기를 끌어갈 수 있다.
반면, 양측의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창교 KSOI 수석전문위원은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은 개편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분열을 겪어야 통합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이 깨지고 범여권이 여당 통합파-민주당-고 건의 통합신당과 친노중심당 구도로 바뀌고, 양측이 대선 막판 후보단일화를 모색할 것이란 예측으로 이어진다.
여당의 분열이 범여권을 3개 정당체제로 뒤바꿀 가능성도 있다. 안개모 실사구시 등 여당 중도보수그룹-민주당 통합파-고 건 진영의 ‘고 건 중심당’, 친노 위주의 영남권 개혁신당, 김근태-정동영 등 대통합파와 정치권 외부세력이 결합한 ‘국민신당’이 각자의 길을 걸으며 2단계 정계개편을 준비하는 시나리오다.
◆‘빅3’ 분열 잠복해 있는 한나라당 = 범여권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통합신당이 나오겠지만, 이보다 위력이 큰 변수로 한나라당의 분열 여부를 꼽는 시각도 있다. 정치컨설팅 전문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통합신당이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만들어낸다면, 한나라당은 후보경선 성사와 관계없이 두개 정당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나라당의 분열요소에 더 주목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단합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나라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로 세가지 정도를 꼽는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노 대통령이 중도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첫 번째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6개월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므로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후보 경선방식과 시기를 놓고 차기주자들의 내분이 격화될 수 있고, 뉴라이트 등 외곽보수단체간 시각차와 당내 견해차가 겹쳐 세력간 결별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박성민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논쟁이 역사·정치·미래관의 차이로 벌어지면서 극우성향과 중도성향 보수신당으로 갈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명박-박근혜간 지지율 격차가 계속 커지거나, 네거티브로 인한 돌발변수는 한나라당이 실제 우려하는 분열의 씨앗이다. 당 관계자들은 “현재 차이가 구정 이후까지 굳어져 박 전 대표가 고민에 빠지거나, 돌발사태로 이 전 시장이 타격을 받는 경우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