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의 모든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 루디거 프랑크 교수가 노틸러스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 <실용주의와 대북정책>보내드립니다.

햇볕정책의 가치와 성과, 새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실용주의와 대북정책
(오스트리아 빈 대학 한반도 전문가
루디거 프랑크 동아시아 경제사학과 교수/
노틸러스연구소 웹사이트 08.4.8 게재)


 

 북한에 대한 잘못된 가정 중 하나는 북한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정권 중 하나이다. 북한 지도층은 전체주의 체제의 특성상 상당한 안정성과 계속성을 보여 왔다. 1948년 이래 딱 두 명의 지도자만 있었으며, 그나마도 한 가족, 같은 당, 같은 어젠다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북한 시스템과 그들의 행태에 대해 연구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북한은 남한의 신정부가 보다 강경한 대북입장을 표방한 뒤 정확히 예측했던 대로 행동했다. 공격적인 언사와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마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대응으로, 실제적인 움직임은 없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바쁘고 지치게 되는 춤을 추고 있는 것과도 같다. 이 얼마나 큰 시간과 자원의 낭비란 말인가.

 그래서 장기간 남북관계를 지켜본 이들은 10년 전 햇볕정책의 표방과 함께 이런 바보 같은 의식이 끝나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강한 쪽이 성숙함을 보여줘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를 일방적으로 깨고, 북한 교역상대국들의 경제적 붕괴와 김정일의 권력 승계, 1995-1997년 대기근 등을 통해 열린 기회의 창을 활용했다. 결과는 관광부터 경제협력에 이르기까지 놀라웠다. 북한 지도층은 조심스러우나마 체제 조정을 시작하기 위한 자신감을 기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지만 사회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2002년 이래 서울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충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그리고 많은 차이점이 있긴 했지만 공통점들을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된 반 남한 선전은 상당 부분 먹혀들지 않게 되었다. 남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의 국익에 대한 남한 고유의 대외정책을 만들어냈다. 한국의 미래를 외부 세력이 좌우하던 오랜 전통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남북관계는 다시금 예전의 상호비방, 일방적인 요구와 정체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이처럼 남북관계를 희생하고 특히 개성공단을 희생하는 것이 국내 정치 혹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취하는 의도적인 조치라면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논의해볼 수도 있겠으나 일단 수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저에 깔린 근본적인 이유가 이러한 강경책이야말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고 점진적,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순진하게 믿었기 때문이라면 의구심이 든다. 북한은 직접적인 압력에 결코 굴복한 적이 없다. 자존심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실용주의란 세계를 우리가 소망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햇볕정책이야말로 고도로 실용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접근법이었으며 실제로 성과가 있었다. 이미 지난 50년 이상 실패했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명하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 이는 이상주의적이며 역사의 무지일 뿐이다. 자연은 공백상태를 싫어한다. 남한이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공백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재빨리 들어설 것이다. 합작법인이 생겨나고 신의주 특구가 생길 것이다. 러시아는 철로를 건설할 것이며 북한은 미국, 심지어는 일본과도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서울은 어느 날 일어나 한 때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소중한 지렛대를 모두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옐친 시대의 러시아가 그랬다. 모스크바와 평양 간에 더 이상 특별한 관계가 없게 되자, 서울이 러시아에 대한 송금을 얼마나 빨리 중단했는지 기억하는가? 러시아가 역내에서 가지고 있던 영향력은 푸틴이 김정일을 다시 상대하기로 한 뒤에야 비로소 회복되었다. 아니면 일본을 보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북한의 주요 경제파트너였고, 자원이 풍부한 북한으로 일본의 자본 투자가 가능해질 국교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역할은 중국이 맡고 있다. 2002년 북일 관계 정상화 교섭이 무르익었을 때 일본이 일본인 납치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추구한 것은 옳은 일이었으나, 그로 인해 관계 정상화가 무산된 것은 현실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은 향후 큰 비용을 방지할 수 있다. 대개 취임 후 강력한 첫 2년을 보내고 나면 청와대는 유권자들로부터 새로운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어쨌든 다시 포용정책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 때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면 남은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과 영향력뿐일 것이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라면 이처럼 소중한 자원의 낭비는 달갑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진정한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