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빵이 새 시대 정신이다.”
5·3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최근 다섯 달 만에 활동을 재개하며 던진 말이다. 그의 새 화두는 ‘평화와 경제’다. 새로 만들 지역별 조직 이름도 ‘평화와 경제포럼’이다.
그는 이달 말 미국으로 떠나 일주일간 머문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행선지는 중국이다. 주제는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다. 돌아오면 한반도에서는 ‘평화가 빵’이라는 취지의 북핵 해결 3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북 포용정책의 확대 계승이다.
지역별 조직 ‘평화와 경제포럼’
지지모임 ‘정통’ 전국 조직화
이달말 미·중 연속방문
아버지 부시·힐러리 등 면담
‘노대통령’ 관계· ‘고건’극복 과제
정치 재개를 위한 조직 작업도 시작했다. ‘평화와 경제포럼’의 전국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으로 조직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정동영계’로 불리는 당내 의원들과의 만남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자발적 지지자 모임인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은 열성 지지자들을 만드는 과정인 ‘정통 사관학교’라는 코스도 개설했다고 한다. 이런 명분과 조직을 가지고 내년 1월 중순께부터 대권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뗀다는 구상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현 대선 주자 중 유일한 전후(한국전쟁 이후) 세대”라는 점을 꼽는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3김 시대의 막내’를 자처했지만, 1970년대 학번인 정 의장은 그런 짐이 없다. 진정한 세대교체를 주장할 수 있다. 탁월한 메시지 전달 능력도 강점이다. 박 대표는 “현대 정치는 참모들이 만든 메시지를 대중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쪽에서는 ‘철학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가슴속에 흐르는 깊은 강물이 없다”고 표현했다. 강물은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원칙이다.
그래도 현재까지 여당 안에서는 가장 유리한 후보임에는 변함이 없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문희상, 이강래 의원 등이 버티고 있는 가장 큰 계파를 대표하고 있다. 이들이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한, 그 밑그림이 적어도 정동영에게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3%대 지지율은 꿈을 이루기에는 어림도 없다.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당내엔 적지 않다. 그로선 어떻게든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은 “그 계기는 고건 전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 전 총리는 정 전 의장과 고향(전북), 지지기반(호남)이 겹친다. 고건을 넘어서야 정동영에겐 대선 주자의 자리가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포용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 전 의장의 주장과, 거둬야 하다는 고 전 총리의 대립이 가장 분명한 전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태도도 앞으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미 당내 경쟁자인 김근태 의장이 사실상 ‘반노 또는 비노’를 표방했고, 새롭게 떠오르는 천정배 의원은 “노 대통령과 같이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이 ‘반노’를 외치면 배신으로 비칠 수 있다. 호남 정서를 고려하면 노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 이 문제는 지지율 반전을 꾀하는 정 전 의장에겐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