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알면 기사가 보인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기자와의 접촉이 드물지만 공직선거의 후보가 되거나 출마 의지를 비치면 기자들의 연락이나 방문을 받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첫 접촉부터 좋은 인상을 주었다거나 기사가 될 만한 좋은 거리를 제공했다면 둘 사이의 관계가 지속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만날 일도 연락하는 일도 뜸해진다. 일단 후보는 기자들로부터 취재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기자와의 만남도 잦아지고 그만큼 기사화될 기회도 많아진다.
기삿거리 제공하는 취재원이 되라
우리가 아는 바대로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이다. 작성된 기사는 신문에 실려 많은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 그러나 기자에 의해 작성된 기사라고 해서 모두가 보도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작정한 기사가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느냐 하는 판단은 데스크나 편집부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자는 아무것이나 기사화하는 것이 아니고 기사화할 만한 가치가 있는‘꺼리’를 찾아다닌다. 기자가 바쁜 것은 기사 작성이나 그에 필요한 취재 때문이라기보다 기삿거리를 찾으러 다니는 일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기자는 자신에게 좋은‘꺼리’를 제공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또 자주 찾는다.
기자는 자존심을 먹고사는 사람이다.
기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기사 한 꼭지로 살아있는 권력의 목에 칼을 들이대기도 하고 독자를 감동시켜 삭막하고 거친 세상에 한줄기 눈물의 강을 만들기도 한다. 각종 게이트가 그렇고 한푼 두푼 모은 성금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도 그렇다. 오죽하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이른 제4부로 언론을 입에 올릴까. 그렇다보니 남의 약점을 붙들고 금품을 요구하는 사이비 기자들도 생기는 것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일반적인 기자는 자신의 직업에 강한 자부심을 갖는다.
따라서 취재원은 이런 기자들의 자부심에 손상이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나이 어린 기자라도‘아무개 기자’보다는‘아무개 기자님’ 이라는 호칭이 좋고, 개인에 따른 호불호가 있기는 하겠지만 어느 특정 기자와 눈에 띠게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모든 기자들과 두루 가까이 지내는 것이 좋다. 또 기삿거리가 생기면 공동기자회견이나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고른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를 놓친 기자들은 ‘물먹었다’는 생각에 나쁜 감정을 갖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오프더레코드’라는 기자의 말을 믿지 말라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취재가 끝나면 수첩과 펜을 챙겨 넣은 기자가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를 더 묻는 경우가 있다. 더러는 취재가 끝난 술자리에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대개 의회활동의 뒷얘기거나 떠도는 소문 따위에 관한 확인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내용을 물었다면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발을 뺄지 모를 테지만 내 기사를 책임진 기자이기도 하고, 취재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은 관계라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없다. 기자를 믿고 대답을 하
거나‘오프 더 레코드’라는 말에 대답을 한다면 이는 십중팔구 언젠가는 기사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가 말하는‘오프 더 레코드’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의 취재는 형식에 불과할 뿐이고 바로 그 질문을 하기 위해 취재를 요청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곤란한 질문에는 반드시‘곤란하다’고 대답하는 게 옳다. 어설픈 대답이나 자신을 더욱 드러내기 위해 과장이 섞인 대답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언젠가 지신에게 설화(舌禍)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기 십상이다. 홍보를 일컫는 단어인 PR을 두고‘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알리는 것’이라고 하던가. 바로 기자와의 관계는 이렇듯 피할 것은 철저히 피하고 알릴 것은 적극적으로 알리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거꾸로 자신이 꼭 기사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실이 있다면 오히려 취재도중에‘오프 더 레코드’라는 말을 두어 번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의‘오프 더 레코드’는 기사화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반드시 기사화 했으면 좋겠다는 강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은밀한 것, 남들은 모르는 사실을 먼저 알고 싶어 하는 것이 기자의 속성인 탓이다.
인터뷰 준비를 철저히하라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일단 그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무조건 만날 시간과 장소부터 정하는 일은 자칫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 주제가 무엇인지, 내게서 알고 싶은 사항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묻고 필요하다면 질문지를 요청해도 큰 실례가 아니다. 주제와 질문내용을 파악했다면 답변을 위한 자료를 성실하게 챙긴다. 특히 답변 중에 수치나 통계가 있다면 미리 머릿속에 기억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인터뷰 도중 술술 튀어나오는 수치와 통계만으로도 기자는 후보의 자질에 더 많은 점수를 주게 된다. 만일 아무 준비 없이 기자와 마주했다가 이런저런 자료를 뒤적이며 겨우 답변을 이어간다면 오히려 만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기자는 다른 많은 후보들과 만난다. 나는 늘 상대 후보와 비교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답변을 하나 하더라도 눈에 띄는 차별성을 지녀야 한다. 특히 내게 한 질문이 다른 후보도 받는 질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다 명확하고 튀는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또 준비된 인터뷰가 아닌 급작스런 기자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수치나 통계 등을 집중하여 기억해두고, 돌발적인 질문에 대한 순발력도 길러두어야 한다. 어떤 천재라도 준비된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달변으로 둘째라면 서러워할 고 김대중 대통령도 짧은 행사의 인사말이라도 꼭 연습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