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
성장과 복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이상구) 그렇다면 이제 성장동력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지요. 혁명적인 복지국가 역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필요로 합니다. 역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필요합니다. 복지와 성장 간의 관계를 이야기 해보면 좋겠습니다.
(정승일)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주력은 대기업과 재벌이었습니다. 재벌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공을 인정하면서 예를 들어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등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역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여기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였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80%를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형편에 앞으로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국제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키워내는 일입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괜찮은 인력을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을 가르쳐 쓸만하게 되면 대기업으로 이직해버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6시그마 경영기법 등 여러 가지를 가르쳐 놓으니 바로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대기업으로 가버린다는 거예요.
이것 때문에 중소기업의 고부가치화가 않되고 있습니다. 산업고도화가 안되니 경제성장이 안 되는 거구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무현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노력을 했죠. R&D(연구 개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혜도 주고요. 정부는 혁신적 성장동력이라고 R&D만 강조하는데 실은 중소기업이 정말로 아쉬워하는 인력은 R&D 인력이 아니라 현업에서 실무력을 발휘하는 인재입니다. 만일 혁명적으로 복지국가를 견실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중소기업 다니더라도 생활면에서 대기업 직원에 비해 별다른 차이를 못느낀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굳이 중소기업을 떠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혁명적 복지국가 아래에서 우수한 직업훈련과 대학교육을 국가재정에 의해 책임짐으로써, 대량의 우수한 인재가 중소기업에게도 공급된다면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고, 기업들의 생산성이 쑥쑥 높아지고 기술혁신, 경영혁신이 절로 이루어지니, 경제성장이 절로 될 것입니다.
(윤종훈) 경제성장과 관련하여 복지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자체가 중소기업을 소외시켰지요. 왜냐하면 차세대 성장동력(로보트, 연료전지 등등)이니 해서 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잘나가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R&D 보조금까지 줘가면서 더 잘하라고 밀어준 것에 불과하니까요. 이제는 과감하게 중소기업에 R&D 보조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R&D 능력도, 그 관리능력도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직접 R&D 보조금을 지급하면 그 돈을 ‘눈먼 돈’으로 간주하여 아무데나 사용하는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직접 주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이 경우 국가 돈을 기업이 아닌 대학에, 대학이 관리하는 실험장비와 계측장비 등에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중소기업이 이용하게 하면 됩니다.
교육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가 말한 연구중심 대학은 인재양성기관이 아닙니다. 어떤 지역, 가령 경북지역에 연구중심대학이 있으면 그 대학은 중소기업과의 R&D협력 중심체가 되는 거예요. 연구중심대학과 중소기업간의 연계에 대한 기술개발일수록 국가가 지원을 하라는 거예요. 이렇듯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대학정책, 중소기업 정책과 연계되어 하나의 패키지로 움직여야 되는 거죠.
노무현 정부가 혁신클러스터를 말하는데, 실은 R&D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은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도 복지클러스터, 교육/직업훈련 클러스터, 생태/문화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육과 문화, 의료, 체육과 레저, 생태환경 등 삶의 기본 영역에서 질 높고 저렴한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래야만 그 속에서 높은 수준의 창조적 과학과 기술, R&D가 싹틉니다. 그래야만 그곳에 모일 인재를 보고 중소기업들이 모여들어 그야말로 혁신 클러스터가 만들어집니다. 이렇듯 이제는 과학기술 정책과 복지정책, 교육정책, 문화정책 등이 하나의 패키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성장이 담보되지 않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드는 복지국가
(배규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기업별 복지도 큰 차이가 나지만 중소기업은 임금도 지급하기 빠듯하니 우수한 인력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기업 정규직에게만 제공되는 기업별 복지체제를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국가적 복지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에 근무하더라도 복지면에서 차별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불공정한 하청거래의 문제입니다. 대기업과 하청기업은 교섭력에 차이가 있어 아무리 정부가 감시해도 그 계약내용이 중소기업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하청 중소기업이 죽지 않을 만큼만 이윤을 인정해 준다는 말이죠.
우리가 공정한 시장경쟁, 공정한 시장질서의 필요성을 말할 때 핵심적인 과제가 이 부분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조사해서 하청 중소기업들도 적정이익을 내어 종업원들의 임금을 올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 중소기업의 3분의 2 가량이 하청기업이라는 것을 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정승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불공정 하청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개혁진보세력은 재벌계 대기업을 비난하는데, 실은 이 문제는 재벌 문제가 아닙니다. 비재벌 대기업들도 비슷한 불공정 하청계약 행위를 하고 있으니까요.
또한 개혁진보세력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불공정 하청 감시를 요구하는데, 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청관계를 감시하는 직원들이 몇 명 안돼요.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매년 수십만 건의 하청계약을 심사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 이면계약을 하기 때문에 잡아낼 수가 없지요.
그래서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은 검찰에 아예 신문고를 만들어달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중소기업청’이라는 조직이 있고 이 기구의 목적이 중소기업 지원입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청에 불공정 하청거래를 조사하고 수사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검찰에 고발하는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미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제도 등 유사한 선례도 있구요.
(배규식)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하청 감시 인력을 늘려야 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청에 불공정 하청 감시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여 수사권을 부여하여야 합니다. 또한 셋째로 중소기업 업자들의 자발적인 협동조합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중소기업 협동중앙회라는 조직이 있지만, 과거 정부지원을 노린 관변단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발적 목소리보다는 정부의 입김이 오히려 강합니다. 만약 중소기업 혐동조합이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불공정 하청 감시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낸다면 단결된 교섭력으로 새로운 시장질서를 만들어갈 능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네 번째로는 산별교섭이 없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불공정 하청계약이 발생하는 것을 실제로 잘 알고 있는 까닭에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 종업원들입니다. 이런 다원적인 방식을 통해서 불공정한 계약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이야기를 하자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박사급 고급 인력이 아니라 석사나 학사급 인력입니다. 요즘에는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과거보다 R&D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수한 인력이 중소기업을 떠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중소기업의 허술한 인력관리입니다. 훌륭한 R&D 인력을 일용노무자 다루듯 막 다루는 중소기업 경영진이 너무나 많습니다. 체계적인 고급인력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중소기업들을 보면 취약해요.
복지국가를 위한 금융개혁
(정승일) 우리나라 개혁진보 분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환상이 많아요. 마치 중소기업은 진보 편이고, 대기업은 보수 편인 듯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실은 중소기업 사장님들 매우 야만적입니다. R&D 인력 다룰 줄도 모르고 노동조합이라면 치를 떨면서 거의 대부분 보수정당을 지지합니다.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드니까 도와주어야 하지만, 실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합니다. 저임금을 경쟁우위로 삼는 중소기업들은 과감하게 중국, 동남아 혹은 북한으로의 이전을 국가가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R&D 인력을 우수하게 관리하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있다면,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이 쪽으로 합병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양자 모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은행 등 금융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창업자 가족이 경영하는 가족경영체제이거든요. 분명히 더 높은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쪽으로 인수합병이 일어나야 하고 그래야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데도 이들 창업자 후계자는 경영권 잃는 것이 두려워 이를 주저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은행의 역할입니다. 거래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업간 M&A를 중재하여야 하고 그 밖에 중요한 컨설팅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에게 컨설팅할 능력이 별로 없어요. 능력이 없으니 주식을 보유한 경우가 없고 대출만 해주고요.
우리나라는 앞으로 중국의 도전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을 당할 것입니다. 제품과 사업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해외이전하거나 아니면 파산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할 터이니 이들에게 질 높은 전직훈련과 함께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국가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들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산업고도화를 도와주고 주도하는 금융자본이 필요합니다. 미국식 사모펀드가 아니라 은행들, 특히 고객기업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행동하는 유럽식 은행들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런 일을 기존의 시중은행들이 하지 않는다면, 지방공립은행, 협동조합 은행 같은 것을 만들어서라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가령 기존의 기업은행이 이런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중소기업 혐동조합 중앙회 같은 조직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협동조합형 은행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일자리를 통한 경제성장
(이태수) 성장동력을 말할 때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수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자리란 경제가 성장하면서 민간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공공부문 일자리는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이 최근 성장의 특징이자 한계라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합니다. 즉 ‘사회적 일자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1990년에는 1%의 경제성장이 11만 2천명의 고용을 창출했었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9만6천명만을 창출합니다. 당장 삼성재벌의 순이익은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오히려 직원은 감소했다는 명백한 사실,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는 현실 앞에서 민간경제의 성장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답이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오히려 공공부문, 특히 사회복지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매우 유용한 전략입니다. 전체 취업자 중 보건, 복지 부문의 비중이 3%대에 머무는 우리나라는 11%의 미국, 19%의 스웨덴 등에 비하여 너무나 적으며 이것이 결국 복지의 후진성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면 그만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이 부분에 숨어있다는 것이지요. 작년에 정부가 보수적으로 추정했을 때도 91만 명이 모자란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복지부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확대됨은 물론 노동의 질이 높아져 생산성이 증대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구매력이 향상되어 소비가 늘어나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이상구)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인식전환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적극적인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특히 공공부문에서 많은 일자리 창출 여지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을 동반한 성장전략’ 중 최우선의 정책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제시된 것 이외에 역동적 복지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제도화해야 하는 것들이 또 있을까요?
(이태수) 좀 더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요, 우리가 추구해야할 복지국가는 소비적, 정태적 복지국가가 아니고 생산적, 역동적 복지국가입니다. 이러한 복지국가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우선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틀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어떠한 개인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기본적인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하며 보편교육, 의료에 대한 접근권도 완전하게 보장되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이러한 소위 보편적 복지제도의 토대 위에서 역동적 복지국가를 이루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사회를 활기차게 움직이고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하게 하는 것은 능동적 복지와 혁신적 경제가 결합되어 서로 상승작용을 하게 될 때 가능한 것이지요. 말하자면, 능동적 복지와 혁신적 경제의 결합, 이것이 바로 혁신동력인 것이지요.
지금까지 나온 말씀들을 정리해 보면,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대상별 맞춤형 특성화 교육, 평생교육 시스템의 확립을 통한 모든 국민의 잠재능력 극대화는 능동적 복지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이것이 혁신적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산업고도화와 미래형 혁신기업을 위한 금융구조 확보와 결합되어야 하고 또한 복지․교육․직업훈련․문화 클러스터의 구축,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혁신적 경제정책과도 결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속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더불어 공공부문 혁신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공공부문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사후적, 소극적 기능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공성 붕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공공부문은 민간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혁신적 조직 모델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기능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스스로 선도적 지식기반형 조직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對국민 서비스 위주로 인력 재조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수호자’가 아니라 ‘공익의 수호자’로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