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의 원조인 영국 노동당의 1997년 매니페스토 책자의 서문입니다.
보수당 18년 집권을 종식시키고 노동당 정권을 창출한 토니 블레어는 아주 감동적인 매니페스토 서문을 썼습니다.
그의 열정과 신념이 용솟음치는 명문장입니다.

이 책자는 우리 돈으로 4,000원에 무려 1백만부가 유료로 팔렸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정치도 이처럼 대중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공약집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런 대통령 후보를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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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영국 노동당 메니페스토

= 토니 블레어의 인사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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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더 나아질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제는 새로운 노동당입니다

새로운 노동당과 함께하면 영국은 더 나아질 것입니다

‘우리의 입장은 간명합니다: 영국이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한다는 것입니다’

‘추진력, 목표, 활력을 지닌 국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정책 각 분야에서 과거의 좌파 그리고 보수 우파와 차별화된 새롭고 특별한 접근이 계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노동당이 새로워진 이유입니다’

‘새로운 노동당은 낡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아이디어와 이상으로 가득한 정당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입니다. 목표는 급진적이지만 방법은 현대적입니다’

‘이것은 국민과의 계약입니다’

저는 영국을 믿습니다. 영국은 위대한 역사를 지닌 위대한 나라입니다. 영국민은 위대한 국민입니다. 그러나 저는 영국이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병원, 범죄를 퇴치하고 현대 복지 국가를 건설하고 새로운 세계 경제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이 그것입니다.

저는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고, 실력이 특권보다 더 우선시되고,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일하고, 국내외에서 강력하고 믿을만한 영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영국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게 성큼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새로운 영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의 능력에 대한 국가의 믿음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정되지만 중요한 약속들을 하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국가를 개조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당신 앞에 내놓는 10가지 개별 공약이 이루고자하는 목표입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지키도록 지지해주십시오. 그것들은 우리가 당신과 맺는 서약입니다.

저는 지난 18년을 공정히 평가하여 정치에 대한 신뢰를 되살리고자 합니다. 보수당이 잘 한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잘못한 일들입니다. 우리는 도그마(dogma)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잘 따르며 세금을 잘 내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만들어 정치에 대한 신뢰를 되살리고자 합니다. 일반 국민과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는 상위 소수 특권층에게 혜택이 가는 현 정치 시스템을 개혁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장차 살아야할 새로운 경제체제와 변화된 사회체제의 혹독하고 위험한 도전에 직면해서도 국가가 단합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를 운용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가 하나라는 느낌이 들고 국가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고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그런 영국을 원합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노동당을 만드는 이유는 또 다른 세계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가올 21세기는 새로운 시대가 영국을 위해 펼쳐져 있음을 상징합니다. 더 좋은 영국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주도할 용기가 우리에게 있다면, 저는 미래의 번영을 확신합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를 변화시키는 것 이상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미래에 맞추어 영국 정치 생활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정치에 냉소적이고 정치적 약속을 불신합니다. 그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메이저 총리 시절의 보수당만큼이나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킨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1992년 선거 직전에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 매년 삭감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지만, 선거 직후 열린 첫 예산심의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세금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경제의 초석인 환율 메커니즘, 유럽, 건강, 범죄, 학교 등 여러 분야의 공약위반이 국민의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당의 공약위반은 정치 불신을 심화시켰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지침을 만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 100일 동안은 눈부실 정도로 잘하다가 그 후로는 실패하는 용두사미 격의 정치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혁명의 정치가 아니라 새롭게 출발하고 지속적으로 나라를 재건하는 정치를 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나라를 갈라놓은 좌우간의 극심한 정치투쟁을 우리는 지양할 것입니다. 이러한 투쟁 대부분은 현대 세계 - 대중 대 개인, 기업주 대 노동자, 중산계층 대 노동계층 - 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앞으로 전진해야할 시기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가 성취한 것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에 얽매이지 말고 역사로부터 배워야합니다.


새로운 노동당

새로운 노동당의 목표는 영국에 색다른 정치적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피폐되고 분열되고 실패한 보수당 정부와 미래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노동당 사이의 선택일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과 사법부에 관한 새로운 공약을 담은 정강을 개정했습니다. 우리는 정책수립 방식을 바꾸었고 노조와의 관계를 시대흐름에 맞추어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노동당 정부는 노조에게 어떠한 혜택도 주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것입니다. 우리 하원의원들은 소위원회 또는 압력단체가 아닌 정당원들 중에서 모두 선출됩니다. 당원은 지난 선거 이후로 두 배인 4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영국을 위한 새로운 노동당’이라는 메니페스토 초안을 모든 당원에게 보냈고, 그들 중 95%가 명확하게 승인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 - 성공한 사업가로부터 공영주택단지의 고용인에 이르기까지 - 로부터 지지를 받는 국민 정당입니다. 젊은이들이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몰려들어 젊은 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비전

우리는 진보와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대중적 정당입니다. 새로운 노동당은 다름 아닌 전체 영국민의 정당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변함없습니다. 모든 사람의 가치는 평등하고, 아무도 차별받아서는 안 되고, 사회에서 정의와 공평이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가치들을 낡은 도그마 또는 이념으로부터 해방시켜 새로운 세계에 적용하고자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성공적 삶을 살아가는 그런 나라를 원합니다. 저는 서로가 시기하는 정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한 기업가를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생성공의 기회도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적대적 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로서 야망과 동정심이 공존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곳에서는 물질적 부 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에도 가치가 부여될 것입니다.

새로운 노동당은 각자의 개인적 목표만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수많은 공동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추구하는 그런 사회를 원합니다. 어떻게 미래의 산업을 일으키고 취업기회를 증대시킬 것인가. 어떻게 사회의 분열과 불평등을 없앨 것인가. 어떻게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 어떻게 현대식 교육과 건강 서비스를 향상시킬 것인가. 어떻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이것들은 우리가 하나 된 국민으로서 함께 쟁취해야할 일입니다.

추진력, 목표, 활력을 지닌 국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록 발전하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번영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 현대 복지 시스템이 잘 구비된 나라, 책임정치가 이루어지는 나라,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리 잡은 그런 영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프로그램: 새로운 중도 그리고 중도좌파 정치

과거 좌파와 보수 우파의 해결책과는 다른 새롭고 특별한 접근방법이 정책 각 분야에서 행해졌습니다. 새로운 노동당이 새로워졌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당이 지닌 가치들의 힘을 믿습니다. 그러나 1997년의 정책이 과거 1947년 또는 1967년의 것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또한 인식합니다. 노동당은 역사상 어느 야당들보다 더 상세한 정책을 개발했습니다. 우리의 방향과 목표는 명확합니다.

과거 좌파는 산업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주장했습니다. 보수 우파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놓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접근법들 모두 반대합니다. 정부와 산업은 시장의 활성화라는 핵심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해야합니다.

산업과의 관계에서는 과거 - 지원원정파업요원(flying pickets), 2차 조치(secondary action), 표결 없이 강행하는 파업, 1970년대의 노동조합법 - 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가 노,사간의 분쟁이 아닌 협력관계이므로 작업장에서는 그 대신에 각 개인들의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권리들이 자리 잡을 것입니다.

경제 관리측면에서 우리는 글로벌 경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좌파 또는 우파의 극단적 정책인 고립주의와 자립주의를 거부할 것입니다.

교육 정책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11-플러스’와 획일화된 학교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대신에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차별화된 학교교육을 선호하고 개별 과목에서 학생들의 향상을 극대화하기 위한 학급편성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30년간의 적응을 통해 이루어진 종합적 기준을 현대화할 것입니다.

건강 정책에서 우리는 국민건강보험(NHS)의 기본 원칙을 유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의 포괄적 관리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료계획과 의료지급을 분리하지만 의료계획은 장기적 입장에서 분산되고 협조적인 원칙으로 만들 것입니다.

범죄 정책에서 우리는 범죄에 대한 응징과 각 개인의 책임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또한 범죄의 근본원인을 근절해야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과거 노동당의 접근법과 현재 보수당의 정책과는 다르게 범죄와 범죄원인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할 것입니다.

정부의 과도한 중앙집권화와 책임성 결여는 좌․우파 정권의 문제였습니다. 노동당은 탈집중화와 정부의 과도한 비밀행정의 근절을 통해 국가의 민주적 부흥을 이룰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이슈들에 정면 대처할 것입니다. 우리는 복지개혁 정당이 될 것입니다. 국민과의 협력을 통해 권리와 의무가 조화되는 현대적 복지 국가를 고안해낼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6년 동안 휘청거린 유럽에 영국 정부가 관심을 가질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유럽 개혁 캠페인을 주도할 것입니다. 유럽은 영국과 유럽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개혁 캠페인을 주도하면 건설적이면서도 우리 자신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환경의 중요성을 정책개발의 핵심으로 할 것입니다. 주택건설과 에너지정책으로부터 지구온난화와 국제협약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모든 부처가 환경정책을 내놓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이슈를 해결하기위해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사 모두에게 적합한 탄력적 노동시간을 장려하는 방법, 새로운 정보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을 이용하는 방법, 정부기관의 의사결정과정을 단순화하는 방법, 공공분야와 민간분야가 협력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기반시설과 교통시스템을 확립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급진적인 정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급진주의란 이론이 아닌 실천적 측면의 급진주의를 의미합니다. 새로운 노동당은 낡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아이디어와 이상으로 가득한 정당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입니다. 목표는 급진적이지만 방법은 현대적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동당이 변한 것입니다. 비전은 명확합니다. 그러한 비전으로부터 영국의 변화와 부흥을 위한 현대적 프로그램이 나옵니다. 우리는 18년 동안의 일당 지배를 겪은 국민이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해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위해서는 신념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10개의 공약으로 이루어진 메니페스토를 만든 것입니다. 메니페스토는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입니다. 그것으로 우리를 판단해주십시오. 우리를 믿어주시면 그러한 믿음에 보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정치적 임무는 정부와 국민사이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번성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저는 영국국민에게 맹세합니다. 국민과 희망을 나누고, 국민의 근심을 이해하고, 소수의 특권세력만이 아닌 국민과 협력하여 함께 일하는 정부가 될 것입니다.


노동당 정부의 향후 5개년 계획

1. 교육은 가장 우선적 문제가 될 것입니다. 실패한 경제와 사회 분야에 재정지출을 줄이고 교육 분야에 지출을 늘릴 것입니다.

2. 소득세의 기본율 또는 상한율의 증가는 없을 것입니다.

3. 우리는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룰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외적으로 활성화되고 경쟁적인 기업과 산업을 만들 것입니다.

4. 우리는 25만 명의 청년실업자에게 복지혜택을 중단하고 직장을 구하도록 할 것입니다.

5. 우리는 국민건강보험을 재정비하여 행정비용을 줄이고 환자간호비용을 늘릴 것입니다.

6. 우리는 범죄와 범죄원인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고, 소년범이 재판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것입니다.

7. 우리는 튼튼한 가정과 사회를 건설하고, 연금제도와 지역보호시스템의 현대적 복지국가의 토대를 마련할 것입니다.

8. 우리는 환경을 보전하고,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을 없애기 위해 통합된 교통 정책을 개발할 것입니다.

9. 우리는 정치를 정화하고, 정치권력을 영국 전역으로 분산시키고, 정당의 자금조달이 적절하고 책임 있는 토대위에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10. 우리는 영국과 유럽이 필요로 하는 유럽에 대한 리더십을 영국이 행사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당을 현대화했고 영국을 현대화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미래에 관한 청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힘든 결정을 해야 하고, 모든 공공부문이 자신의 수입으로 관리되도록 하고, 방해하는 기득권 세력과 싸워야 되고, 불합리한 요구를 거부하기도 해야 합니다.

영국은 더 좋아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당은 영국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할 것입니다.

                                                                 토니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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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선거가 불가능한 대한민국

매니페스토의 원조는 영국이다. 영국은 이념과 노선에 따른 보수당-노동당의 양당체제가 확립되어있기 때문에 영국의 매니페스토는 바로 '정당의 정책선거'이다. 지금으로부터 172년 전인 1834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매니페스토는 정당정책과 이념에 따른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 문제의 경우 노동당의 매니페스토 조항을 보면 '우리 노동당은 임기 5년 이내에 청년실업자 25만명을 해결하겠다' 며 그 방법과 예산, 기한, 로드맵이 아주 구체화 되어 있다. 이러한 공약은 5년 후에 선거에서 다시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매니페스토 공약집은 우리 돈으로 한권에 만원 정도의 가격인데, 100만부나 팔리며, 영국 유권자들이 이 책자를 보고 자연스럽게 양 정당의 정강정책을 비교하는 토론이 일상화 돼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불과 3년 전인 2003년도에 매니페스토가 도입되었지만, 후보자 중심으로 정착되어 있다. 파벌정치, 금권·관권선거가 극심한 당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는 국민적 여론이 있었는데 이걸 해결해준 것이 매니페스토였다.

실현 가능하고 수치 예산이 포함된 아주 구체적인 공약으로 유권자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당선된 사례가 나타나면서 2003년도에 일본에서 가장 유행했던 단어 1위가 매니페스토였다.

예를 들면, 가나가와현의 마쓰지와 지사의 공약집을 보면 육아보육 문제의 경우 현재 우리 현의 보육시설수는 143대 1로 전국 최하위다, 이것을 1.5배인 220개로 늘려나가겠다, 기한은 2006년까지 하겠다, 예산은 30억엔 정도 드는데 이 예산은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식으로 구체화 되어 있다. 일본에서도 이런 공약집을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판매하거나 배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매니페스토에 입각한 정책공약을 만들어도 유권자에게 알릴 수 없다. 보통 12쪽 짜리 선거공보에서 정책공약은 불과 2쪽에서 4쪽 정도 싣는 것이 고작이다. 선거 때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정책선거를 하겠다, 매니페스토 운동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작년 서울시장 TV 토론에서 모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언론기사를 보면 이런 공약을 말씀하셨던데...'라고 질문을 하면 '그 기사는 잘못 나온 것입니다'라고 답변하는 코미디가 연출된다. 어떤 후보도 문서화된 공약집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장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정치와 선거에 있어서는 기득권을 가진 현역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정치 신인간의 철저한 불공정 시장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선거 시장에서는 원천적으로 '신상품'(정치신인) 소개가 불가능해 소비자는 '익숙한 상품'(현역)만 선택하게 되어 있고, 그 잘못된 선택 때문에 4년간 고통을 받아야 한다.

정치 신인은 현행 제도 하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사전선거운동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출마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도 불법이다.

임좌순씨가 2005년년 2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한 '선거운동의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는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

미국 상원 의원인 힐러리 로뎀은 선거 18개월 전에 출마선언을 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가가호호 방문 등 유권자와 꾸준하게 소통을 했다. 미국 민주당은 평상시 정당 활동에 참여하는 열성적인 자원봉사자가 100여만명이지만,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 참여하는 지지자들은 2000여만명에 이른다. 유권자와 후보자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우리 정당의 대표자를, 우리 동네의 일꾼을 뽑는데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문화 개혁의 핵심은 후보자와 유권자가 상호 소통을 확대하는 것이다. 후보자는 자신의 철학이나 비전을 유권자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유권자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등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가져야 한다.

사전선거운동을 허용하면 조기 과열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시각은 현역 중심의 기득권자의 입장이다. 이미 유권자 의식이 돈과 조직선거를 허용하지 않는다. 돈과 조직을 묶되, 자질과 비전을 겨루는 선의의 경쟁을 풀어주어야 한다.

지역문제에 대한 비전과 공약 경쟁은 과열될 수록 좋은 것이다. 적어도 지역일꾼이 되고자 하는 후보라면 지역주민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후보를 통해 유권자가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누가 더 좋은 지도자인지 충분한 정보를 가질수록 지방자치와 우리 정치는 발전하게 된다.

공천비리, 묻지마 투표, 감성정치가 난무한 작년 지방 선거를 계기로 다가오는 대선과 총선에서는 선거와 정치가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유권자가 중심이 되는 생활정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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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2007년 대선 매니페스토 물결운동 선포식이 있었다.
나는 실천본부의 연수원장과 국회매니페스토연구회의 실행위원을 맡아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매니페스토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은 단어였고 발음조차 힘들었던 매니페스토가
이제 조금은 익숙해져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한국현실에 맞는 창조적인 매니페스토 정착을 위해 더욱 공부해야 겠다는
결심을 오늘 행사를 보면서 해본다.
영국처럼 정당공약집을 100만명이 5,000원을 주고 사보는 정치가
한국에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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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념대립 물리칠 ‘정책선거’ 물꼬틀까
공약 검증해 후보 선택…의원 30여명 참여
“내년 대선 정책 차별성 보여줄 기준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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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여하는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가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립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창립식에 참석한 최성 열린우리당(왼쪽부터), 강성종 열린우리당, 고진화 한나라당,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배기선 창립준비위원장, 류근찬 국민중심당 의원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국회 매니페스토연구회 출범
앞으로의 선거는 보수와 진보의 ‘전면 전쟁’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후보와 정당의 정책과 능력을 따져 보고 ‘선택’을 하는 정상적인 선거로 치러질 수 있을까? 서로 무능하다고 치고받는 정당과 정치인들 중에서 과연 누가 유능한지 가려낼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어느 정도 해답을 줄 수 있는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창립 준비위원장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가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범했다. 여야 의원 30여명이 연구회에 가입했다.

매니페스토는 선거에서 후보들이 정책 공약을 △재원 조달방안 △이행 방안 △달성 기한 등과 함께 제시하도록 하고, 유권자들은 이를 검증해 후보를 선택하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선 5·31 지방선거를 계기로 도입됐지만, ‘묻지마 투표’ 바람이 불면서 의미가 반감됐다.

“선거는 정책에 대한 선택이고 그 정책을 추진할 능력에 대한 선택이어야 한다.”(김호열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2004년 총선은 1차 선거혁명이었다. 매니페스토는 2차 선거혁명이다.”(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호남, 영남, 충청의 농민들이 왜 지역에 따라 표가 갈려야 하나. 선진국에서는 세금 문제로 정권이 바뀐다.”(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축사는 원론이 주조를 이뤘다. 그러나 발제자들의 관심은 내년 대선이었다.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은 “매니페스토를 해야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은 각 정당의 후보경선 과정부터 매니페스토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문종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대선에서는 장기적 비전과 국가 정책의 문제가 핵심적 토론의 주제가 될 것”이라며 “후보자의 가치와 철학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참여정부가 로드맵을 만드는 데 출범 뒤 2년이 걸렸다. 정권 공약은 선거 전에 미리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배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매니페스토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정책공약집을 만들어 선관위를 통해 집집마다 배포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4월 여야 정책위 의장들이 공동 발의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통과되지 않았다. 배기선 의원은 앞으로 매니페스토 ‘법제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우, 매니페스토 책자가 2파운드(약 4천원)에 팔린다. 판매되는 양은 100만부 정도로 유권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선술집에서 이 책자를 들고 정치논쟁을 벌인다고 한다. 영국이 정치 선진국인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매니페스토의 ‘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몰아칠 지역과 이념 대립의 ‘광풍’에 맞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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